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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천국에 계신 장 박사님께 - 최염열


최염열(崔廉烈)

 “천국에 가려면 며칠 걸리느냐?”는 물음에,

 “천당은 닷새 걸려….”

 “왜?”

 “예수 승천에서 성령 강림까지 10일간 걸렸으니까. 그것은 왕복이요, 가기만 하자면 5일이 걸리지 않겠느냐”라고 유머러스하게 교리 강의에서 재담하시더니, 실지로 천당에 가시자니 며칠이 걸리시던가요?

 ‘오주 예수’를 ‘오호! 주 예수’ 하며, 가톨릭의 도어를 노크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사온데 이제 또한 박사님, 우리를 뒤로 하고 먼저 가셨습니다.


 그러기에 비록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 인자한 모습 눈에 선하며, 그 양양한 말씀 귀에 삼삼하여 부르면 응답하실 듯 내밀면 손에 잡힐 듯 애절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박사님, 백 권 책을 백독하고서, ‘프란치스코 3회’에 입회하겠다고 하면서 박사님께서 빌려 온 책이며, 감히 당돌하게도 ‘알기 쉬운 가톨릭 용어집’을 오는 성탄절까지는 내놓겠다고 말씀드렸던 일, 모두가 이제는 울이 넘어진 듯한 허탈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이 꼭 하나 있으니 그것이 곧 죽음이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정확한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곧 죽는 날짜다”라고 말씀하시고,


 올바르게 사는 것, 이는 곧 옳게 죽기 위함이라고 하시며 “이 세상에서 괴로움을 참고 견디며 장차 천국의 영복을 누리자(在生忍苦受難 將得天上榮福)”고 하시더니, 과연 박사님의 일생은 말씀 그대로였습니다.


생전에 늘 불경과 대비하여 말씀드리듯 오늘도 또한 시구를 훑어봅니다.

虛雪居士의 虛浮頌

妻子眷屬森如竹 臨終獨自弧魂逝
金銀玉帛積如丘 思量也是虛浮浮
朝朝役役紅塵路 閻王不怖金魚帶
爵位纔高巳白頭 思量也是虛浮浮
錦心繡肚風雷舌 增長多生入我本
千首詩經萬戶候 思量也是虛浮浮
假使說法如雲雨 乾慧不能免生死
感得天下石占頭 思量也是虛浮浮


 박사님, 꿈에도 그리던 억조 창생을 어찌 다 잊고 가셨나이까? 그러나 주님의 부르심에 순명하셨지만….


 앙탁(仰託)하노니 부디 주님의 계시, 즉 기적을 내리시와 이 세상에도 또한 평소에 염원하시던 광명을 비추소서.

(1966. 7. 가톨릭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