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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묘비 제막식 개회사 - 양일동


양일동(梁一東, 전 국회 의원)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은 공사간 다망하심에도 불구하시고 고 운석 선생 묘비 제막식을 위하여 이처럼 먼 거리까지 왕림하여 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들이 경애하는 운석 선생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선종하신 지 어언 5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6월의 국민장의는 선생의 유덕(遺德)을 힘입어 많은 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엄수되었습니다마는, 선생께서 가신 후 일월이 바뀔수록 추모의 정이 새로워지는 것은 선생의 생전이 얼마나 값지고 향기로웠던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바입니다.


 선생이 나라에 끼치신 공적과 한 인간으로서의 깨끗하고 진실한 평생은 우리의 가슴속에 길이 살아 있을 것이며, 후세 자손들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국민장의를 맡아 집행하였던 우리들은 운석 선생의 고결하고 위대한 생애를 우리의 마음에만 새길 것이 아니라, 길이 역사에 남기고 기념하기 위하여 선생이 잠드신 이 자리에 비(碑)를 명각하여 세우기로 의논하여, 그동안 정성껏 일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선생의 높으신 덕과 공을 표현하기에는 글이 모자라고 돌이 무색합니다만, 그러나 우리의 마음들이 응결된 이 작은 석물(石物)이 역사 위에 선생을 증언하는 많은 것들 중의 하나로 추가되는 것은 흐뭇한 일이올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이제 천보산 등성이에 새로운 기념비를 세우고, 세월 앞에 이를 헌납합니다. 이는 나라를 사랑하고 하늘을 공경하며 줄기차게 살아온 한 인간의 고고한 표상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본받고 따라야 할 이정표입니다. 고인을 흠모하고 사랑하시던 여러분께서는 이 비명(碑名)이 서 있는 묘소를 자주 찾아 주시리라 믿습니다.


 선생께서도 또한 항상 우리와 같이 계실 것입니다. 본인은 오늘 이 비(碑)와 묘소를 가꾸시기에 심혈을 경주하신 국회 의장 이효상 선생과 포천군 당국 및 인근 부락민 여러분의 협조와 노고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리며, 특히 묘소를 제공하여 주신 혜화동 성당 유 신부님에게 이 자리를 통하여 심심한 사의를 드립니다.


 운석 선생의 영복을 빌면서 오늘 모이신 여러분께 거듭 감사 말씀드립니다

(1966.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