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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

장면 박사의 서거를 슬퍼한다 - 가톨릭 시보사


국가 민족과 교회에 공헌한 위업을 추모하며 -
가톨릭 시보사

 지난 4일 새벽, 병세의 악화로 혹시나 하고 두려워했던 그대로 요한 장면 박사는 드디어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목메어 눈물짓는 각계의 인사들과 모든 국민들의 애도와 함께 우리도 그의 서거를 슬퍼하면서, 하늘에서 또 하나의 별이 떨어진 것처럼 우리 민족의 손실을 뼈아프게 절감하는 바이다.

 그는 70평생을 조국을 위해서 바쳤고, 그의 일생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으며, 그는 또한 일생을 교회를 위해서 바친 사도직의 귀감이 되었었다. 티 없는 우리 민족의 정치인이었고, 그리스도의 정신에 충만된 진실한 가톨릭인이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 온 그이, 우리 교회를 지켜 온 그분의 경력은 너무나 다채롭다. 민족적으로 볼 때 한국을 전세계 무대에 올려놓은 데 있어 유엔의 한국 승인이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역사를 만든 분이요, 자기를 총살하려는 죄수를 찾아 위로와 교훈을 준 산 성인의 생애였으며, 오늘의 한국 지성인들이 가톨릭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을 준 그이 장면 박사가 아니었던가? 임종을 앞두고 병원에서 병고와 씨름을 하면서도 오히려 그의 화제는 이 나라에 하루바삐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곁에 있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한 그이가 요한 장면 박사가 아니었던가.


 그이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이 나라의 정치인이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모르는 일이었고, 한국 평신도들이 사도직에 무감각한 것에 대한 통탄이었으리라! 오호, 통재라! 장 박사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좀더 오랫동안 이 지상에서 우리의 보필자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테지만 하느님의 뜻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주님의 사랑 안에 살아왔기 때문에 언제나 주님의 품을 동경했을 것이다. 그는 비록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천국의 영원한 옥좌에서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고결한 정신은 영원히 우리와 더불어 있을 것이다.


 장면 박사는 진정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믿어지지 않는 꿈같은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또 한번 죽음의 문턱에서 우리의 지난날을 성찰하고 남은 여생을 숙고하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요한 장면 박사처럼 빛나는 업적을 남기고 주님의 따뜻한 사랑의 소유자가 될 것인지?


 고국을 떠나서야 고국의 그리움을 느끼듯 이 위인을 잃고 나서야 그의 아쉬움이 통절히 느껴지고 그의 고결한 인격의 바탕이 더욱 아쉬워지누나! 그러나 우리는 또 하나의 위대한 전구자(傳求者)를 얻었다. 그는 우리 나라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우리를 대신해서 주님의 전구자가 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주여! 망자 요한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의 전구로 이 나라의 정치적 평화와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의 불씨를 심으소서. 아멘.

(1966.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