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박사의 국민장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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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향년 67세를 일기로 별세한 장면 박사의 장례식이 오늘 국민장으로 엄수된다. 그의 유가족과 친지와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며 애도의 뜻을 표하는 가운데, 한 조용하고 애국적인 민주주의 지도자였던 장면 박사는 세인과 유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전 부통령이요, 제2 공화국의 국무 총리였던 그는 교육가로서 정치가로서 그리고 진실한 종교인으로서 순결하고도 고매한 인품을 지니고 이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해 왔었다. 건국 초에는 유엔 총회 한국 수석 대표로 파견되어 유엔으로부터 한국 승인을 얻는 데 활약했었고, 6·25 동란 시에는 주미 대사로서 또는 국무 총리로서 국가 방위에 불후의 공적을 남겼다. 그 후 재야 보수 정치 세력의 지도자로서 민권 투쟁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대열에 앞장서 왔다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민권 투쟁에서 승리를 이룩했던 4·19 의거 후, 그는 다대수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하여 제2 공화국 정부의 국무 총리로 취임하고 ‘모범적인 민주 정치의 구현’을 위해 정력을 기울여 오다가 5·16 정변을 당하여 실의와 병고 속에서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끝에 운명했다. 그는 생전에 4·19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책임감과 괴로운 심정을 토로해 왔다고 하거니와 제2 공화국 정부에 있어서의 집권 8개월이란 기간은 그의 치적을 평가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일이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내에서 다수파를 장악했던 그가 강권을 발동했더라면 당시의 혼란은 일단 수습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구독재 정권하에서 억압된 생활을 해오던 국민들이 그 자유를 누리려는 태도에 있어서 지나친 점이 있다고 하여 그것에 대해 강압책을 쓰지는 않겠다고 말했었다고 한다.

 한편 민주 정치의 철저한 신봉자로서 반독재 투쟁과 민권 신장에 앞장서 싸워 온 장면 박사인지라 그는 비리와 강압에 의한 문제의 해결책을 피하고, 4·19로 흥분한 국민들이 자각하여 올바른 권리 행사를 하게 되기를 인내로써 기다리다가 정치적인 비운을 맞이했다고 평하는 이도 없지 않다.

 장면 박사의 정치 신념이 그 시대에 맞았거나 안 맞았거나 또는 제2 공화국 정부를 좋게 평하든 나쁘게 평하든 간에, 그가 집권해 있던 8개월 간은 우리 민족사상 자유와 민주주의의 황금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견지에서 비록 그는 이 세상을 떠났으나 양심적이고 청렴 결백하고 교양과 학식이 뛰어났던 그가 남긴 투철한 민주주의 이념과 애국심은 길이길이 이 땅에 남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규범적인 인물이었던 장면 박사가 작고한 이 마당에 있어서는 그에 대한 정적이나 시비를 가리려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없고, 그가 나라와 겨레를 위해 쌓은 공적과 민중 앞에 표시한 그 민주주의적 신념만이 소상히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 국민장에 즈음하여 그를 위해 충심으로 명복을 비는 바이다.

(1966.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