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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4·19 기념사 요지 (1961. 04. 19.)


 지나간 한 해 동안의 발자취를 돌이켜볼 때 현실 면에서는 10여 년 동안에 쌓이고 쌓인 여러 가지 고질과 병폐로 인하여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모든 현실을 꿰뚫고 그 밑을 흐르는 민족의 방향을 정확히 통찰한다면, 보다 광영스럽고 행복스러운 내일을 향하여 전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혁명은 왕왕 둘셋의 반혁명 내지 새로운 독재화를 초래하기가 쉽고, 그러는 과정에서 본래의 혁명 정신이 왜곡되거나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경우도 비일 비재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에 혁명이 끝없는 혼란으로 끝날 위험성을 무난히 극복하였으며, 4월 혁명의 젊은 학도들이 외치던 바로 그 방향, 그 노선을 따라 온갖 정치 현실을 민주화하였으며, 민주화된 그 정치 현실을 육성 강화하는 데 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위대한 4월 혁명은 오늘 현재 삼천리 강토의 남쪽에서만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남에서는 겨레의 민권이 이처럼 신장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7백만 이북 동포들은 벌써 16년째나 공산 독재의 가혹한 채찍 밑에서 인간의 온갖 권리를 박탈당한 채 자유의 구원만을 바라며, 어제도 오늘도 암흑의 절망 속에서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공산 괴뢰들은 공산 식민주의를 도입하여 국토의 양단,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였음은 물론, 이 겨레의 통일된 역사적 발전에 단층을 가져오게 하였고, 입으로는 평화를 떠들면서 6·25의 참변을 일으켜 수많은 동포들을 살육하고 막대한 재산을 파괴하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민족 정기의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대한 민국을 침식하려고 갖은 파괴적 망동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당이 입만 열면 떠드는 민족 통일 구호가 얼마나 허망하고 기만적인가 하는 것은 지난 12월 유엔 총회 정치 위원회가 통과시킨 그들의 조건부 참석안에 대하여 아직도 오만 불손한 도전적 태도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웅변으로 증명해 주는 바와 같다. 공산당들의 정략적 흉계로서의 기만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유엔 정치 위원회 결의안에 대한 그들의 불손한 반응은 유엔의 권위와 권능을 이용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에 도전하는 망동이다. 따라서 그들이 유엔 정치 위원회가 결의한 부대 조건을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을 통하여 엄격하게 실천하기 전에는 유엔 기구에의 참여를 허용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은 1950년에 유엔 총회가 규정한 바와 같이 한국 전쟁을 도발한 침략자임을 스스로 고백함은 물론, 수괴급(首魁級) 전쟁 범죄자·대량 학살자들을 적발하여 민족 정기와 국제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하여야 한다.

 4월 혁명을 기점으로 하여 더욱더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민주 역량과 발랄한 민족 정기의 약동은 그들의 원‧불원과는 관계없이 언젠가는 기어코 민족 본연의 자세인 남북 통일을 이룩하고야 말 것이다.

 우리 민족의 피는 외래 식민주의자들의 제압을 오래 인내할 수 없는 격정의 피이기도 하려니와, 지금 남한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민주주의의 광망(光芒)은 머지않아 휴전선의 장벽이 아무리 높다 할지라도 반드시 그것을 타고 넘고 뛰어넘어 북한의 암흑 세계를 샅샅히 밝혀 냄은 물론, 이북 동포를 해방하고 그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마는 4월 혁명 정신은 지금 이 땅에서 훌륭하게 꽃피고 있습니다. 그 혁명 정신을 이북으로 파급시킵시다. 이것이 오늘 4·19 의거 1주년을 맞는 우리 온 국민의 새로운 결의가 되어야 하겠다.

(1961. 0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