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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술 및 저서 - 신앙백서

신앙백서 - 영적 지도 1. 촛불 하나 켜 들고 나서자



 
지금부터 21년 전 미국 메리놀회 켈러 신부가 크리스토퍼 운동을 시작하여 오늘까지에 놀랄 만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크리스토퍼 운동이란 그리스도를 업고 가는 자(Christ bearer)의 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교우 전원이 각기 자기 환경과 직장에서 그리스도를 모시고 적극적으로 그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운동이다. 즉 우리 교우는 자기 개인만의 신앙으로만 만족하지 말고, 이 귀한 영생의 복음을 자기의 좋은 표양과 아울러 널리 이웃에게까지 건설적인 활동을 전개하여 사도적 임무를 다해 보자는 것이다. 이 운동에 참가한 교우 수가 이미 백만을 넘고 있다.

 
물질 문명이 극도에 달한 우주 시대의 오늘에 있어서 과학의 발전은 날로 놀라운 기록을 보이고 있으나, 이와 반비례로 도덕 질서는 퇴폐 일로를 달리고만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두 상전을 섬기지 못하리라고 경고하셨고, 바오로 사도는 “음행하는 자와 더러운 짓을 하는 자와 탐욕을 부리는 자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상속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라고 분명히 단언하셨듯이, 물욕·성욕·명예욕·권력욕에 병든 사람이 동시에 성덕에 빛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허영과 향락을 찾게 마련이고, 오늘에 와서는 성 질서까지 극도로 문란하여 10대·20대 청소년들이 성의 완전한 해방을 부르짖게 되어, 이 못된 풍조가 바야흐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남처럼 잘살지도 못하면서 도덕 질서만은 급속도로 문란해져 온갖 부정 부패의 추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걷잡을 수 없는 판국이 되어 버렸다. 자식이 아비를 죽였다는 신문 기사가 나도 별로 놀라는 기색조차 없이 심상하게 넘겨 버리는 형편이니, 우리의 주변은 확실히 암흑 속에 파묻혀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 암흑 속에서 헤매려는가?

 불평과 저주만으로는 암흑이 물러가지 않는다. 촛불 한 개라도 켜 들어야 광명이 온다. 한 사람 한 사람 켜 들어, 몇 백 몇 천이 되면 점점 더 밝아지고 희망과 살길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를 우리 어깨에 높이 치켜 모시고 각기 손에 손에 촛불을 켜 들고 암흑 퇴치의 십자군으로 나서야 하겠다. “악에게 굴복하지 말고 선으로써 악을 이겨 내십시오”(로마 12, 21)라는 말씀 그대로, 정치인·공무원·군인·문화인·학자·학생·사업가 할 것 없이 다 각기 자기 분야에서 복음 사도와 촛불 십자가군으로 암흑을 물리치고 세계를 일신해 보자.

 
“여러분이 전에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주님을 믿고 빛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에페 5, 8).

(196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