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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부통령 광복절 기념 연설

정치 도의심의 확립




 
우리 민족이 해방된 지 12년, 우리 정부가 수립된 지 9년이 되는 뜻 깊은 광복절을 맞이해서 먼저 우리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선열 여러분과 조국의 수호를 위해 일선에서 전사한 순국 장병 영령께 심심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며, 국민 여러분 앞에서 내 소감의 일단을 피력하고자 합니다.


 
나는 과거 1년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을 지키는 동안에 몇 가지의 생각과 심지어 번민에 잠겨 있었습니다.


 
즉 우리 나라 오늘날의 현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수시로 지방을 순시하기로 하며 민정을 시찰하기도 해서 그 파악되는 바를 정부 시책에 반영시키고 싶었고, 혹은 널리 우방을 역방하여 한국의 국제적 위치와 대공 투쟁에 있어서의 중요성을 일층 명백하게 인식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마는, 오늘날 내 환경이 뜻대로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없게 하고 있다는 실정은 국민 여러분께서도 잘 양찰하실 줄 믿습니다.


 작년 오늘 나는 여러분께 우리가 비록 왜정에서 해방이 되기는 했지마는 아직도 불안과 빈궁에서 다시 해방이 되어야겠다고 부르짖은 바가 있습니다.


 
그 후 1년이 경과한 오늘날에 있어서 그러한 불안과 빈궁이 제거되지 못하고,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볼 때에 자못 답답하고 침통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간 정부에서는 각 부문의 시책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줄 생각해야 하겠지만, 아직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음인지 우리의 눈앞에 뵈는 현실은 그대로 답답할 뿐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의 원인이 있겠지마는, 바로잡는 데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국민, 특히 정계에 있어서의 도의심을 더 높이 앙양시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정계의 모든 불상사와 관기의 해이, 부패 등이 모두가 정치 도의의 빈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있어서 정객들은 물론이요, 공무원이나 일반 국민이나 각자가 좀더 도의심에 각성해 가지고 자아의 이해를 초월해서 국가의 복리를 중시하고 좀더 호헌(護憲) 준법과 책임 완수의 정신으로 격분 성실하게 각자의 직책을 다한다면, 이 나라의 양상은 확실히 명랑해질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이와 같이 먼저 도의심을 확립하고 그 토대 위에서 과감하게 혁신적인 시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정책에 관해서 특히 선거 문제와 그 밖의 당면한 시책에 중요한 몇 가지 국가 문제에 대해서 내 신념의 일단을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나의 시정 방침 다섯 가지 


 
첫째, 선거의 공명성을 확립해야 하겠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 나라 정치가 바로 되자면 국민 주권 행사의 기본이 되는 모든 선거가 공정하게 되어 나가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마는, 선거가 공정하게 실시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유 분위기가 확보돼야 하고 자유 분위기가 확보되려면 일체의 관권 간섭이 없어야 할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있어서의 모든 선거는 관권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서 선거인을 괴롭히고 공정을 잃은 결과를 가져오는 예가 너무도 많았다는 사실을 국민 여러분과 더불어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폐단을 바로잡는 데는 먼저 선거법 자체부터 개정해서 선거 위원회의 구성을 공정히 하고, 개표와 검표를 엄정히 하고, 일체의 관권 단속을 배제해 버리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특히 경찰이 선거간섭을 감행한 자에 대해서는 엄벌을 가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고서는 못된 폐단을 도저히 뿌리 뽑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공정 선거야말로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 아프게 절실히 염원하는 바인 만큼, 차후의 모든 선거에 있어서는 명랑하고도 자유스러운 환경 가운데서 엄정한 선거가 실시되어, 국민의 소원을 풀어 주기로 서로서로가 힘써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사법권의 독립을 일층 강화해야 하겠습니다. 헌법에 정한 바에 따라서 모든 사법권은 10년 임기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대법원장을 비롯해서 여러 법관의 임기가 만료되게 됩니다. 이런 때를 당해서 사법부의 인사 행정에 대해서 행정부가 간섭하려는 경향이 생겨날 우려도 있을 수가 있습니다. 만일 그런 경향이 생겨난다면 이야말로 중대한 일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의 사법권은 모름지기 독립을 더욱 강화하고 보장해서 그 인사권을 사법부 자체에 맡기는 동시에, 사법부의 예산 편성권까지도 부여해서 신성한 사법권이 아무 구애 없이 원만히 운영되도록 길을 열어 놓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는 공무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나 논의되는 공무원의 처우 문제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그 처우를 개선해서 최대 생활의 나날을 확보해 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효율적인 복무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직에 대한 책임감도 철저히 실현키 어려울 것입니다. 이 공무원의 처우 개선이야말로 능률을 올리고 관기를 설정하는 데에 유일한 관문인 만치, 무엇보다도 이 문제를 과감하고도 신속히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 기구의 쇄신과 공평한 세무 행정을 위한 세수입의 증가, 모든 비용의 대폭적 절약과 행정 사무 자체를 간소화하여 능률을 도모하면 능히 공무원 전체의 생활 보장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넷째, 농촌 및 농업 정책의 쇄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태를 돌아보면 수많은 절량 농가와 실업자와 농촌과 도시를 통한 중산층의 현저한 몰락이 눈에 띄며 국민 대중은 빈궁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반면에, 특수한 혜택을 받은 일부층은 불로 소득의 치부와 호화로운 향락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성실하게 해 나가려면 반드시 멀리 농촌과 도시의 중견층이 견실하게 육성되어야 하며, 특히 우리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농업 경제가 발달되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조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극도로 피폐한 농촌 경제에 있어서는 우선 임시 금납 제도로 고치고, 다음에는 협동 조합의 민주적 결성과 운영을 촉구할 것입니다. 영농 자금의 적기 방출로써 농업 금융을 원만히 해야 할 것이며, 안정 모범농가를 창설하는 등등의 시책으로써 농민 대중에게 갱생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이와 병행해서 미개간 농지의 개간과 수리 시설의 확장 등으로써 경작 면적을 최대한으로 증가시키는 동시에 치밀한 농사 기술 지도로 수확의 대폭 증가를 도모하여야 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치산 치수에 특히 유념해서 금년과 같은 수해로 인한 참담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여야 하겠습니다.


 
다섯째로는 중소 공업의 육성 발전입니다. 공업 면에 있어서는 기간 공업 중점주의로부터 생활 필수품을 생산하는 중소 공업 육성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정할 때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영세 공업자가 국내 원조로 생산할 수 있는 다방면의 시설 개량과 기술 지도로써 이를 육성해 주고, 필요한 자금의 융통과 세금의 조절을 도모하고, 생산품의 수출 진흥을 꾀하는 동시에 밀수품의 철저한 방지가 실시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과 같은 종류의 밀수품이, 특히 사치품이 시장에 범람해 있어서야 국산품의 장려란 한갓 헛된 구호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밖에 전기, 광업, 해운 등 대규모의 국책 기업체는 급속히 경영의 합리화를 단행하는 동시에 차라리 일보 나아가서 공정한 원칙하에서 민영화시킴으로써, 이때까지의 비능률적이요 결손 투성이의 영업 방식을 지양하고 경쟁의 원칙하에서 수요자에게 능율적인 봉사를 제공하도록 시정해야 할 것입니다.


 
요컨데 우리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기본 과제는 농업 경제 구조의 파행성을 극복하고 국내 생산을 높여서 실업과 빈궁을 퇴치함으로써, 국민 생활이 균등하게 향상되고 국제 수지에 맞추어서 경제 자립을 달성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이 지상 목표에 역행하는 모든 현실, 여러 가지 국민 경제의 활동의 거의 전 분야에 있어서 지나친 정부의 간섭이라든가, 관료의 지배 체제하에서의 사리 추구라든가 또는 은폐 보조에 의한 특권층의 비대라든가, 중산층의 몰락을 촉진하는 대중 빈궁화를 하루속히 시정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1957.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