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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부통령직 사임 성명 (1960. 04. 23.)

 3‧15 선거 무효 시인하라, 민주 전열에서 끝까지 분투


 
1. 본인은 오늘로서 부통령직을 사퇴한다. 3‧15 부정 선거로 인하여 삼천만 동포의 울분은 드디어 절정에 달하고, 마침내 민족의 정화인 청소년 남녀들이 불법과 불의에 항쟁하다가 총탄에 쓰러져, 그 고귀한 피가 이 강산에 물들게 됨을 볼 때에 하루라도 그 자리에 머무를 수 없는 비통한 심경에 다다른 것이다.


 동시에 본인의 사퇴로써 권력을 갈취하여 압제와 폭정을 계속하는 이승만 정부에게 경종을 울리고, 나아가서 자유‧민주의 정신을 이 땅에 소생시켜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 본인이 국민 여러분의 지지로써 부통령에 당선된 이래 헌법이 본인에게 부여한 직책을 수행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이를 수행할 기관들은 이승만 정부의 고의적인 방해로 인하여 그 구성조차 보지 못하였으며, 그 외에도 독재화하여 가는 정치, 파탄되어 가는 국민 경제, 혼란 일로의 사회상, 고립되어 가는 외교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행정부에 대한 충고를 하였고, 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함도 수차였으나 그때마다 거부당하였으며, 부득이 서면으로 한 본인의 진언도 아무런 반향을 보지 못하였다.



 금년의 선거를 앞두고 이 박사의 4선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유당과 정부는 재작년 12월에 신성한 국회 의사당에서 야당 의원을 폭력으로 축출, 감금한 후, 국가 보안법과 지방 자치법을 개악했으며, 언론 기관과 야당 활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하였고, 평화적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불법 제한을 더욱 강화하는 등으로 부정 선거의 복선을 갖추었고, 헌법 정신에 배치되는 3월 조기 선거, 유령 유권자 조작, 입후보 등록의 폭력 방해, 관권 총동원에 의한 유권자 협박, 야당 인사의 살상, 투표권 강탈, 부정 무더기 표 투입, 3인조 공개 투표, 야당 참관인에 대한 각종 방해, 부정 개표 등으로 3‧15 정‧부통령 선거에서 97퍼센트 내외의 여당 득표를 조작 발표함에 이르러서는, 정권욕의 불법 수단이 극한에 달하여 민주 선거 제도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3. 이러한 부정, 살인 선거 등에 대하여 국민의 분함은 가슴에 사무쳤고, 진리와 정의에 민감한 청소년 학도들의 시위 운동은 전국 각지를 휩쓸게 되었다. 집권자의 사병화(私兵化)한 경찰은 평화적 시위 학도들에게 총탄을 퍼부었으며, 그도 부족하여 학살한 보복 살상과 고문을 무수히 감행하여 국민을 경악케 하였고, 또다시 총탄을 퍼붓는 등 무단 정책을 사용한 나머지, 드디어 법적 요건에 어긋나는 비상 계엄령까지 선포하는 수치스런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중대 위기에 즈음하여, 이 대통령은 3‧15 선거의 불법과 무효를 솔직히 시인하고, 또 12년 간 누적된 비정(秕政)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서야 할 것이다.


 
4. 본인은 비록 부통령의 직을 떠난다 할지라도 민주 투쟁 전열에서 국민들과 더불어 최후 승리의 날까지 분투할 것을 맹세한다.


 이번의 전국 학도 총궐기 운동은 우리 역사상의 새로운 시기를 획하는 것으로서, 3‧1 독립 운동에 비견할 만한 금자탑이며, 이제부터 민족 정기와 자유 정신은 온갖 압제력을 물리치고 광명의 천지를 개척하여 조국의 민주 건설과 반공 통일을 완수하게 될 것으로 믿는 바이다.


끝으로 민주 수호를 위하여 생명을 바친 ‘민족의 꽃’들에 대하여 그 명복을 빌며 명예의 부상자 여러분의 쾌유를 소원한다.


(1960.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