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선생은 주미대사로 근무 중이던 1950년 11월 23일 제2대 국회에서 148대 6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대한민국 제2대 국무총리로 인준·통과되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의 6·25 전쟁 개입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에 따라 대 유엔 업무를 수행하느라고 귀국을 늦추었으며, 1·4 후퇴 이후 정부가 부산으로 옮긴 뒤인 1951년 월 28일 귀국해 2월 3일 국무총리에 취임하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선생은 다음과 같이 술회하고 있다. “11월 6일에는 맥아더 원수가 중공의 월경을 발표하고, 28일에는 ‘새로운 전쟁에 직면했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 무렵에 본국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국무총리에 임명되어 인준되었으니 곧 귀국하라는 것이다. 나는 귀국할 수 없다는 뜻을 이 박사에게 전했다. 중공의 개입으로 전국이 변하여 새로운 전쟁에 직면함에 따라 11월 20일 트루먼 미 대통령이 ‘한국전에서 원폭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언명이 있었고, 유엔에서도 중공의 개입에 대해 논란이 심해졌으므로 이 문제가 일단락된 후에라야 귀국하겠다는 보고를 올리고 양해를 구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보내온 국무총리 임명 서한≫
≪1951년 이 대통령과 각부 장관과 함께≫
그러면 이승만 대통령은 이처럼 새로운 전황이 전개되는 중요한 국면을 맞아 유엔에 대한 외교에 여념이 없는 운석 선생을 왜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내로 불러들이려 했을까? 그 이유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처해 있던 대내외적인 정치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종종 미국의 정책에 순응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취함으로써 미국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제2대 국회는 1950년 6월 19일 개원한지 6일만에 6·25전쟁을 맞아 이 대통령의 “서울 사수” 담화를 믿었다가 사망하거나 납북된 의원이 35명에 이를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이래 이 대통령의 기만적 정치행위와 독재화 경향에 반발하는 반 이 대통령 세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은 초대 총리인 이범석(李範奭)이 1950년 4월 3일 사임한 뒤 이윤영(李允榮)·신성모(申性模)를 잇달아 총리에 지명한 바 있었지만, 국회의 인준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주미대사 등의 외교활동으로 미국과 국내 모두에서 호평을 받고 있던 운석 선생을 국무총리에 임명함으로써 정치적 위기상황을 모면하려 한 것이었다.
≪1951년 육군 본부가 있던 대구 시찰시의 기념사진≫
≪취임 직후인 1951년 2월 12일 기자회견 중인 운석 선생≫
≪비서진들≫
국무총리로서 운석 선생에게는 국회와 대통령 사이의 갈등을 봉합하는 중재자의 역할이 주어졌다. 그러나 선생의 노력은 이승만 정권의 도덕적 타락과 부패로 인해 잇따라 떠져 나오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리곤 했다고 한다. 다음은 선생이 말하는 당시 상황. “내가 귀국했을 때는 국회와 이 대통령의 사이가 극도로 악화되어 거의 수화(水火) 상극이었다. 평화 시에도 물론이거니와 전쟁 수행 도상에 있는 국가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의견과 감정의 대립으로 행동의 일치점을 갖지 못하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나는 중간에서 양자의 조정 역할을 하느라고 무한한 애를 써 보았으나 갈라진 틈은 어쩔 수가 없었다…총리직을 수락하고 국사를 담당한 후에는 어긋난 국회와 대통령의 중간에서 힘드는 조정 역할을 해야만 했다. 취임 후 곧 실시된 예산 심의에서도 대통령과 국회의 의견은 크게 달랐다. 복잡한 전쟁 문제에서 양자의 화음을 찾기 위하여 국회의 각 간부, 분과 위원장을 사적으로 찾아다기도 하고, 집으로 초대도 하여 겨우 통과를 보았다. 내 생각으로는 양자의 상충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믿게 되었을 때 불미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운석 선생이 지적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란 총리 취임 직후에 연이어 벌어진 국민방위군(國民防衛軍) 사건과 거창(巨昌) 양민학살 사건을 말하며, 이 두 사건은 이승만 정권의 도더적 타락과 행정적 무능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는가를 여실히 대변한다. 국민방위군 사건이란 우익반공 단체인 대한청년단에게 백만 명이 넘는 장정들의 징집·후송책임을 맡겼다가 소위 “죽음의 대열”에서 9만 명 가량의 장정이 동사·아사·병사한 천인공노할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에게 아첨하려던 일부 군인이 막대한 예산을 부정유용하고 정치자감으로 유출시켰다는 의혹을 남겼다. 한편 거창 양민학살 사건은 공비토벌 명령을 받고서 경남 거창군 신원면에 진주한 국군이 부녀자와 노인을 포함한 5백 명 이상의 부락주민을 무차별 학살하고 이를 “공비” 소탕 전과로 왜곡 보도한 사건이었다.
사실 운석 선생의 정치노선의 핵심은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데 두어져 있었기 때문에 국무총리 취임 전까지 반공정책과 민주주의를 표방한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운석 선생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권에 의해 전대미문의 부패와 무능과 비민주적 행위가 자행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선생은 국민방위군 사건을 맞아 이 제도의 존폐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자, “정부와 여러 국회 간부들과 협의하여 1951년 3월 19일에는 장정들을 귀향시키기로 결정하였고, 4월 30일에는 국민방위군을 폐지시키는 결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며, 5월 12일에는 이 법령을 공포”하는 등 최선을 다해 잘못을 시정하려 하였다. 하지만 선생은 거창 양민학살 사건의 장본인인 김종원(金宗源)을 이 대통령이 처벌은 커녕 오히려 승진을 시켜주는 등 거듭된 실정과 독선으로 도덕적 타락과 비민주적 정치 행위를 계속하자 더욱 극심한 갈등을 느끼게 되었다. 당시 운석 선생의 심정을 들어보자. “내 재직 시에 또한 거창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끔찍한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의 협의로 현지 조사를 나갔던 합동 조사단은 김종원이 지휘하는 가장 공비를 만다는 등 복잡한 문제들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가운데 이 박사의 정부로는 효율적인 국가 통치가 불가피하다는 일반의 여론이 점차로 고조되었고, 나 역시 동감이었다.”
당시 국무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의 독선적 행위가 꼬리를 물고 계속되자 이승만 제거를 위한 논의들이 대두되기 시작하였으며, 차기 대통령으로 운석 선생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당시 이를 주도한 한 사람인 오위영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곽상훈(郭尙勳), 권중돈(權仲敦), 서범석(徐範錫) 제씨와 함께 수차에 걸쳐 은밀히 선거전략을 추진하였으나, 불행히도 정치 파동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다음은 곽상훈의 회고담. “당시 이 박사는 실정은 물론 악정까지 불사했다. 국민의 마음은 운석에게 옮아 왔다. 우리는 그 무렵 오위영 씨 댁에 모여 차기 대통령 선거에는 고집 불통이요, 심술쟁이이인 이 박사를 몰아내고 운석을 대통령으로 앉힐 계획을 진행시켰다. 그 당시의 헌법에 정·부통령 선거는 직선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얼마든지 이 박사를 몰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압도적인 사전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부산 대통령 관저에서 교황청 훈장을 받은 후 기념 촬영(1951. 5. 22)≫
해방 이후 민주의원, 입법의원, 제헌의원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운석 선생은 제3차 유엔총회 파견 수석대표와 주미대사 시절의 국제적 승인과 UN군의 6·25전쟁 참전을 이끌어 내는 괄목할 만한 외교적 성과를 거둠으로서, 그리고 국무총리 시절 국회와 정부간의 불협화음을 그 특유의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임으로서, 국민과 국회의원 사이에 한국의 장래를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당시 미국도 1952년 7월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직에 운석 선생의 당선을 원했다.
≪1951년 국무총리 취임 후 무초 주한 미 대사와 함께≫
다음은 당시 국무총리 비서실장이었던 선우종원(鮮于宗源)이 말하는 운석 선생을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려했던 움직임의 시작과 끝.
“장 박사의 국무총리 재직 중 허다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거창 양민학살 사건과 국민방위군 사건 등으로 가뜩이나 전란으로 혼란했던 민심을 흉흉하게 했다. 이에 책임감을 느낀 당시의 이시영 부통령은 격분해서 6·25 동란 때 예고 없이 수도 서울을 후퇴하여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가져다 준 이 박사의 비정(秕政)을 규탄하며,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하야를 적극 권고했으나 일축되자 자신이 즉각 사표를 내버렸다. 이 때부터 반 이승만 여론이 표면화되기 시작하여 1951년 7월 7일 77구락부에 반이 라인에 뜻을 둔 정객들이 규합했다. 이것이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대부분의 인사들이 장 박사가 제일 적임자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아 한동석 씨가 중심이 되고 김영선 씨와 내가 실무를 담당하여 매주 정기적으로 국내외의 움직임을 장 박사에게 보고했다. 그후 국회를 중심으로 한 원내 자유당과 재야세력이 결속하여 내각책임제를 들고나와 대여 투쟁을 시작했고, 내부적으로는 1952년 5월 29일에 차기 대통령 선거를 할 예정으로 일자까지 내정했었다. 당시 계엄사령관 원 모 장군은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부산시 범일동에 공산 계엄령 선포를 종용했다. 드디어 5월 25일 계엄령이 선포되고 원내 자유당의 핵심인사들이 체포되자 정부대변인은 이 모든 ‘김일성과 내통하여 체포한다’고 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국회의원 수난 시절이었다. 25일 최종적인 선거전략을 세우기 위해 예정 장소에 나갔더니, 홍익표, 김용우, 이재학 의원들이 나와 있을 뿐 다른 분들은 나오지도 않았다. 밖으로 나와 보았더니 경남 도청 이북에 경찰과 헌병이 국회의원이 탄 버스를 포위하고 강제로 하차시키려 하고 있었다. 한참 승강이를 벌이다가 국회의원의 완강한 저항으로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알자, 잠시 후 군용 크레인이 나타나 버스를 헌병대로 끌고 가 버렸다. 이리하여 장 박사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운동은 완전히 좌절되고 만 셈이다.”
운석 선생은 1951년 11월 6일 제6차 유엔총회 파견 수석대표로 선정되어 파리를 향해 떠난다. 선생 일행은 16일 파리에 도착해서부터 유엔에 한국문제를 상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성사되지 못하고 1952년 2월 1일 한국문제는 정전 후에 뉴욕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결정되어 버리고 만다. 선생은 이 때 지병인 간염의 악화로 인해 1월 2일부터 한 달 간 입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선생이 떠나 있던 사이 국내의 정정(政情)은 혼미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재집권을 위해 여당의 창당과 대통령직선제로의 개헌을 추진해 나갔다. 이에 1951년 12월 19일에는 원내·원외 양 자유당이 결성되고, 1952년 1월 18일에는 대통령직선제 및 양원제 개헌안이 표결에 부치지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무소속의원 중심으로 구성된 오위영 등 원내자유당 인사들은 이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내각책임제 개헌을 추진하면서 운석 선생을 차기 지도자로 추대하려 했으며, 국회도 정부가 제출한 개헌안을 143대 19표로 부결 처리한 바 있었다.
≪1951년 11월 20일 제6차 유엔총회 수석대표로 활동 시 6·25 전쟁 참전국 대표 환영 오찬석상에서 연설하는 운석 선생. 중앙은 리(Trygv Lee) UN 사무총장≫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의 부결을 보도한 1952년 1월 20일자 『동아일보』≫
당시 신문 보도를 보면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을 때인 1951년 12월 8일자 『국제신문』은 민국당(民國黨) 중심으로 내각책임제 개헌이 모색되고 있음을 보도하였으며, 직선제 개헌안이 부결 처리된 지 두 달 뒤인 1952년 3월 21일자 『경향신문』은 원내 자유당 측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을 준비 중임을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책임내각제 개헌 공작은 처음 민국당 측 의원이 주동이 되어 한 때 추진한 바 있었으나 결국 원내 최다수파인 자유당의 절대적 지지 없이는 통과 가능성이 없음에 비추어 자유당 내 찬성의원으로 하여금 그 규합공작을 위촉한 바 있었던 것인데 최근에 이르러는 자유당 내 일부 의원들이 오히려 주동이 되어 적극적인 찬성 의원의 규합공작을 추진시키고 있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내각책임제 개헌의 추진을 보도한 1951년 12월 8일자 『국제신문』과 1952년 3월 21일자 『경향신문』≫
이러한 반이승만 분위기가 국회를 지배하자 이 대통령은 1952년 2월 4일 요양 중이던 운석 선생에게 귀국할 것을 명령한다. 2월 4일 귀국 길에 오른 선생은 병세의 악화로 주 호놀룰루 영사관에서 한 달 가량 정양하다 4월 1일 부산으로 돌아왔다. 4월 9일 이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마친 후 의사의 권유로 부산 소재 미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인 4월 19일 신병으로 인해 국무총리를 사임한다.
≪운석 선생의 귀국과 이 대통령에게의 보고를 알리는 1952년 4월 1일자 공보처 일보≫
선생은 1951년 이승만의 관제 외생 정당인 자유당이 등장하고 야당인 민주국민당을 중심으로 반대세력이 규합되면서 자유당 정권의 독재화에 대항하는 상징 인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1952년 7월 4일 이 대통령이 자신의 정권연장을 목적으로 부산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경찰, 헌병, 특무대, 그리고 각종 테러단체들을 동원하여 국회의원을 불법으로 감금시킨 가운데 대통령직선제를 규정한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선생의 『친필연보』를 보면 계엄령이 선포된 1952년 5월 25일자에는 “국회에서 기어이 이 대통령을 배제하고 나를 선출하려는 의원수가 재적 3분지 2를 거의 초과하게 되므로 이를 번복하여 일대 정치파동을 연출”, 26일자에는 “소위 ‘국체(國體)변혁사건’이라 하여 백주에 국회의원을 체포 감금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 6월 11일자에는 “백골단(白骨團)등 천여 명이 의사당을 포위하고 국회해산을 강요”, 그리고 7월 4일자에는 “삼엄한 총검 진압 하에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 ‘안내’ 되어 장택상이 안출한 소위 ‘발췌개헌안’을 무수정 기립투표로 통과시키다. 찬성 의원 163명 재석의원 166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이승만 정권이 독재화의 길로 일로 매진하자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였던 운석 선생은 이 때부터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의 독재에 대항하는 비판 및 저항활동을 꾸준히 전개함으로서, 진정한 대의 민주주의 정치의 수립을 지향·추진해 나가는 “민주투사”의 길을 걸어 나갔다. 다음은 선생이 『신경향』이란 잡지에 기고한 “하야 유감”이란 제하의 총리 사임의 변(辯).
“재작년 의외에도 국무총리의 중임을 받고 귀국한 이래 전화(戰禍)로 폐허화한 우리 강산과 처참한 생활고에 허덕이는 우리 동포들의 고민상과 정국의 혼돈을 목도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 난국을 타개하여 보고자 자기 딴엔 열정(熱情)을 있는 대로 기우려 노력도 하여 보았으나 원래가 불초한 인간이라 여러 가지 곤란한 현실도 있고 하여 드디어 아무런 볼만한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직을 사하게 된 것을 국민 앞에 재삼 심사(深謝)하는 바이다…이 민주과업의 완성은 일조일석에 성취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헌법에 제정된 모든 기본인권의 존중으로부터 기초를 닦아 훌륭한 민주전당의 완성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진정한 민주주의란 건실한 도의에 입각한 책임행위로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도의심과 책임성이 결여한 이상은 어떠한 사회제도와 정치체재도, 하등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나라가 명랑하게 민주화되자면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그대로 국회와 정부에 반영되어, 입법과 행정 면에 실현되어야 하며, 국회와 정부는 국민 앞에 절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임의 소재를 구명할 수 있는 체제와 실천에 있어서 민주주의는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선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땅에서 문자 그대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희구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의식을 갖출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이승만 정권의 독재화를 경계하는 비판의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