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필 연보에 들어 있는 슬하 자녀 일람≫
운석 선생은 선각한 부친의 지도하에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신지식을 습득했을 뿐만 아니라 독신한 신앙생환을 바탕으로 안정된 내면세계를 영위할 수 있는 정신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운석 선생은 이러한 자신을 바탕으로 자기 수양과 자녀 양육 및 부부생활 즉, 수신과 제가에 성공한 삶을 살았으며, 이러한 가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선생은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국가와 사회에 되돌리는 구도자적 헌신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래간만에 네 수서(手書) 접견(接見)하니 반갑다. 기간(其間) 무사히 선과(善課)하니 주은(主恩) 감사하며, 여기는 조부모(祖父母)님 양위(兩位)께서 구공탄(九孔炭) 와사(瓦斯, 가스) 중독으로 일시 급중(急重)하셔다가 이제는 소생 회복 중이시니 다행이다. 나는 방금 부산(釜山) 와서 시탕(侍湯) 중이다. (시탕이란 부모님의 병환 중에 모시고 탕약을 달여 간병해 드린다는 뜻이다. 원주)
너의 내년도 스칼라십은 Magnu 신부님께 네가 잘 교섭하여 또 얻을 줄 믿는다. 네 학과에 대하여는 무엇이고 충분히 배워 가지고 돌아올 것이니, 현대 미국 최신 건축술도 배우고 특히 한국 실정에 맞는 건축을 전공할 것이니, 현재로서는 한국의 공장·office building·학교 건물 등이 긴급 애청되며, 또 교회를 위하여는 성당 건축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자금(自今) 6년간은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고층건물로는 10층 이내의 것이고 조명·급수·난방·냉방·전기·방화 등 제방면과 내부장식·위생 시설 등도 깊이 연구하고 네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안 어떠한 건물이고 보통으로 심상히 보지 말고 건축학상 견지에서 세밀히 관찰하여 식견을 넓힐 거이며 언제나 건축 기술자의 안목으로 모든 면을 세부까지 연구·관찰하여라.
Mr. Horace Peasely 씨(대사관을 설계한 사람)를 종종 찾아가서 지도를 받는 것이 좋고 하휴(夏休) 중 jop도 금년부터는 어느 건축가 사무실에서 조수 노릇하여 배워가며 학비를 버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언제나 교리연구(敎理硏究), 열심수계(熱心守誡)에 전 정력(精力)을 집중할 것이고 모든 일을 다 천주교(天主)의 영광만을 위하여, 또 내 구령(救靈)을 위하여 바치는 것이다. 이 외에 아무 것도 필요한 것이 없다. 나는 언제나 너희들이 고명(高名)한 학자나 부자나 고귀한 자 되기를 바라지 않고 오직 겸손하고 건실한 주(主)의 사랑을 받는 자 되기만 기원할 따름이다.
1월 13일 부(父) 쓰다(書)
≪아버지로서의 운석 선생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3남 건에게 보낸 편지≫
이 편지를 읽는 사람들은 잔잔한 감동의 물결을 느끼리라. 효도론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아버지로서 자식의 앞길을 어떻게 인도하고 조언해야 할 지를 이보다 더 잘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버지로서 운석 선생은 자식들에게 일신의 안녕과 영달을 위해 살지 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 것과 충실한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내면의 안정을 기할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아버지로서의 선생의 자녀 사랑은 참척(慘慽)의 한으로 남은 첫 딸 명숙과 첫 아들 영에게도 계속되었다. 선생은 1920년과 1922년에 잃은 두 자녀의 유해를 1939년 서울 중곡동 소재 교유묘지ㄹ노 이장하였으며,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바로 전해인 1965년에 다시 면목동 소재 가족묘지로 이장했음을 『친필연보』에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아버지 운석 선생의 사랑과 지도로 성장한 슬하 자녀의 면면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자.
≪친필연보≫ ≪수첩≫ ≪운석 선생이 평양 교구 메리놀 외방 선교회 조선 지부(支部)에서 어학 교사로 근무하면서 선교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던 1928년 경 장남 진을 안고 찍은 사진≫ ≪운석 선생이 동성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1936년 무렵의 가족 사진≫ ≪1940년 3월 24일 부활절을 맞아 3남 장익의 첫 영성체를 기념해 찍은 가족사진≫ ≪1952년 2월 21일 국무총리 재직 중이던 운석 선생이 유엔총회 참석 차 도미했을 때 당시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수학 중이던 장남 진을 찾아 함께 찍은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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