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년도 추가 경정 예산안을 제출함에 있어서 정부의 중요한 당면 시책을 다시 한번 요약하고자 한다.
골자는 추가 경정 예산 규모를 당초 예산 5천5십억 환에다 1천4억 환을 추가하고, 세입 예산으로는 환율 개정에 따르는 대충 자금 및 세수입의 증가와 산업 부흥 국채에 의존하기로 하였다.
추가 경정 예산에 있어서는 정부 재정의 경제적 효율을 기하는 견지에서 중점적인 자원 배분을 기도하였는데 그것은 대체로 아래에 말하는 제 정책을 추구하는 데에 필요 불가결한 것임을 강조한다.
첫째로, 국가 안전 보장은 평온한 국민 생활의 전제 조건이거니와 4‧19 이후 국내 질서의 과도기적 해이를 틈타서 공산 괴뢰의 침투 공작이 엿보이는 실정에 비추어, 국가 보장 태세의 강화는 초미(焦眉)의 급무일 뿐더러, 국내 치안의 유지와 법적 질서의 확립에 있어서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므로 이 목적을 위한 재정 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믿는다.
둘째로, 행정 질서의 확립과 능률 향상에 있어서 가장 긴요한 과제의 하나인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대해, 정부는 이 기회에 공무원의 보수 규정을 개정함과 동시에 임용 고시제의 개정과 재산 등록법을 제정하고, 감찰 위원회를 조직하여 관기 확립을 날카롭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제안된 보수의 개정이 국사를 위하여 근로하는 공무원들에게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것이 못 되지만, 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공무원들은 국가 재정의 형편과 국민 대다수의 생활난을 돌보아 이해해 주기를 기대한다.
셋째로, 경제의 발전이야말로 국민과 정부의 지상 과제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의 선결 조건은 먼저 경제적 질서를 정돈하는 것이라고 믿어진다.
우리 나라의 경제적 질서가 기본적으로 자유 기업주의에 의거하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지마는, 그 본질과 운영에 관하여는 국민간에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자유로운 국민의 환경이 불안하거나 불리할 때에 경제 활동을 꺼려하거나 멈추는 것도 또한 그들의 자유이며 이를 막을 도리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나라의 경제 발전에 있어서 정치적‧사회적 안정보다 더 긴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된다.
자유 기업주의에 있어서 자원 배분에 합리적 질서가 서는 것은 주로 가격 구조를 통해서이다. 실로 가격 제도는 시장에서 표시되는 사회적 수요의 실세와 가용 자원과의 상대 관계를 자동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합리적인 경제 정책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기능을 파괴하는 모든 과거의 시책은 국가 자원의 오용, 낭비와 소수 특권층의 은폐 보조를 통한 소득의 불균형을 가져왔고, 나아가서는 국제 수지의 만성적 불균형, 불건전한 재정 관습 및 정치적 부패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신정부는 경제 정책의 출발점으로 먼저 가격 기구의 정상화를 기하지 않을 수 없고, 그를 위하여 환율‧금리‧공공 요금 등의 실세화를 단행하게 된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 정책은 모든 재화와 용역이 제 값에 팔리고 사게 되는 경제 질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의 가격 정책은 분명히 종래의 경제 질서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고, 따라서 치료기에 따르는 고통이 있을 것도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고통이 무서워서 해야 할 일을 못한다는 것은 혁명기에 있어서 우리가 취할 태도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특히 이번의 환율 개정은 국민 경제에 광범한 단기적 효과를 줄 것이 충분히 예측되지마는, 이에 대하여는 또한 단기 정책으로 임하여 일시적인 경제 변동을 중화할 계획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예기되는 일부 국내 물가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정부 보유불의 과감한 방출, 원조 물자의 신속한 도입, 미곡 수출의 보류 등의 제(諸) 조처를 취할 것이며, 타방(他邦) 수출의 위촉을 방지하기 위한 수출 보상금의 책정, 비료 가격 상승이 농민에게 주는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비료 가격 보상금 지급의 대비 책도 강구하였다. 이러한 과도 단계가 지나면, 일반 물가 수준과 가격 구조는 우리 나라 경제 실정에 적응하는 선상에서 안정을 얻을 것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첨가해 둘 것은 이번에 정부가 인상된 수준에서 제 가격을 실세화하였다 하여, 그것이 경제 여건의 변화에 불구하고 불변으로 유지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불변인 것은 정부가 책정하는 가격이 아니라, 가격이 시장 상태를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는 점을 밝혀 두는 바이다.
넷째로, 정부는 가격 기구의 정돈에 뒤이어 장기 경제 개발을 세워 광범한 경제 건설에 착수하려고 한다. 7개년 계획으로 100만 킬로와트의 전원 개발을 계획하고, 미국이나 서독과의 기술 원조 및 장기 차관을 추진하고 있으며 예산 면에서도 이를 반영하였다. 그 밖에 8개년 간의 석탄 개발 계획과 산업 철도 및 도로‧항만의 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합성 비료‧인견사 등 기초 화학 공업과 철강‧기계 제조‧해운‧수산 등의 연차적 개발 계획을 세워 이를 강력히 추진하고자 한다.
다섯째로, 실업자의 가동과 농촌 소득의 증대와 국토의 보존 및 사회 자본의 증대를 연결하는 국토 건설 계획이 또한 그 조속한 실시를 기다리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미 잉여 농산물을 주로 한 4백억 환의 재원으로 연인원 약 4천5백만 명을 동원하여 치산 치수 등 공공 사업을 하는 것이며, 한편 소양강 댐, 춘천강 댐, 남강 댐 등을 건설하는 것도 동 계획에 포함되고 있다.
위에 말한 경제 개발 정책은 이 나라의 생산 능력을 확충하고, 고용과 소득을 증대하는 동시에 농촌 경제와 도시 경제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하여 보다 균형적인 산업 구조를 건설하고, 경제적인 대외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데에 공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상 개정 예산에 관여하여 중요 시책의 몇 가지를 말하였거니와 그 모든 시책을 관통하는 기조는 질서와 발전이라는 그 대명제에 귀착된다. 이 대명제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창안이 결코 아니고, 다만 질서의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혁명 과업의 지상 명령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질서는 정부의 제도나 법적 기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정신적인 자제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또한 중요하다. 갈라진 의견과 의사가 갈라진 대로 표현되고 다루어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고귀한 모습이지마는, 그 반면에 상호간의 선의와 협조와 관용의 바탕이 없는 분열과 다툼에는 파괴와 독재가 침입한다는 철칙을 잊어서도 안될 것이다.
(1961. 02. 09.)
'연설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9 기념사 요지 (1961. 04. 19.) (0) | 2009.08.09 |
---|---|
유엔 정치 위원회 결정에 대한 국무 총리 특별 담화문 (1961. 03. 27.) (0) | 2009.08.08 |
제2 공화국 경축사 (1960. 10. 1.) (0) | 2009.08.06 |
국무 총리 민의원에서의 시정 연설 2 (1960. 09. 30.) (0) | 2009.08.05 |
국무 총리 국회에서의 시정 방침 연설 1 (1960. 08. 27.) (0) | 2009.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