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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아시아를 위한 한국의 고투

 나는 우리 한국 민족과 우리 민족의 장래의 운명에 대하여 충분한 긍지와 자신을 가지고, 이 석상에 모이신 여러분을 통하여 미국 국민에게 전세계 인류의 인격적 존엄과 자유를 위하여 싸우는 같은 전우로서의 우의를 가지고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흉금을 털어놓고 우리 대한 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가장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우리 민족이 40여 년 간 왜정(倭政) 밑에서 갖은 고통과 모욕을 받아 온 쓰라린 말씀은 더 길게 말할 필요가 없고, 다만 차후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다시는 누구에게도 노예 생활을 아니하기로 비장한 결심을 했다는 것만 잘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지자 일본군이 무조건 항복하고, 미군이 인천에 상륙해서 서울로 진군할 때 우리는 해방된 기쁨에 얼마나 환호를 했겠습니까마는, 얼마 안되어 우리는 우리를 해방시켜 준 연합군이 38선을 경계로 두 개의 진영으로 대립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 세력이 우리 한국에서 구축되자, 그 대신 새로운 전체주의적 공산 세력이 우리 북한으로 침입하여 우리 민족은 더 큰 압박과 고통 속에서 파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불행한 현상을 타파하고자 미소 공동 위원회를 열어 보았으나 실패로 끝나고, 1947년 9월 미국은 한국 문제를 국제 연합에 호소하여 총회의 결의로 총선거가 실시되어, 유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 민족에 의한 민주 정부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완전한 전체주의적 탄압 정책이 실시되어, 거의 2백여 만 명의 동포들이 그 포악에 견디지 못해 조상 전래의 가옥과 전답을 버리고 남한의 자유 낙원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월남해 왔습니다.

 
왜적이 물러간 뒤의 우리의 모든 생산 기관은 거의 파탄에 빠져 버리고, 설상 가상으로 북한에서는 남한으로 보내던 전기를 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악조건과 싸워 가며 산업을 부흥시키고 정부를 수립하느라고 초인적인 노력을 하여 왔으며, 정부가 수립되었을 때에 우리의 당면한 모든 난관을 보고 어떤 외국 인사들은 과연 우리 정부가 영구히 유지해 나갈까를 의심하는 이도 있었습니다마는, 우리는 왼손으로는 모든 건설을 해 나가고 바른손으로는 내부의 반란을 평정하고, 38선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훌륭한 독립 국가로서 자립해 나갈 능력을 전세계에 증명했습니다.

 
공산 분자들이 어떠한 허위 선전과 파괴 공작을 하더라도 우리 국민 대중은 여기에 속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정부를 신뢰하고 이에 충성을 다하여 오늘날에 와서는 남한의 공산 분자들은 거의 근절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불타는 애국의 지성으로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경제 부흥에 전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즉 광물 개발, 공장 재건, 전력의 회복, 물자 구입, 교통 정비 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정부가 수립된 지 불과 1년 동안에 모든 생산면에 있어서 비약적인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최후로 바라고 사는 것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양분된 한국을 통일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엔의 우호 국가들이 우리 대한 민국을 도의적으로, 경제적으로 강화시킴으로 말미암아 성취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중에도 특히 미국의 다대한 원조에는 충심으로 감사하는 동시에 앞으로는 계속하여 협조하여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공산 세력을 방어하는 제1 전선에 서 있는 대한 민국의 분투 노력에 대해서는 미국인으로서도 동감을 가지고 격려해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폴 호프만 씨가 “대한 민국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보루다”라고 갈파한 것과 최근 우리 한국을 방문한 기자단장 휴버 씨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는 어떤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는 곧 대한 민국이다”라고 증언한 것을 보아도 확실한 것입니다. 방금 미국에서는 극동 정책에 대해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미국의 역사로 보든지 미국 국민의 성격으로 보든지 극동에 있어서 전체주의적 세력의 침범을 절대로 배격할 것만은 확신하여 의심치 않습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여러분이 과거에 쓰라린 경험을 당해 본 바와 같이 강력한 공격은 서편에서도 올 수 있는 동시에 동편에서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한 민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의 불안은 곧 미국 국방 제1선에 일대 위협을 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 민국의 불안과 국난은 새로운 세계 대전을 유발할 것이고, 대한 민국의 안전과 번영은 전인류에게 평화를 줄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방금 미국 국회에서 현안 중에 있는 한국에 대한 경제 및 군사 원조는 이 이상 더 지체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입니다. 극동에서는 불이 붙어 와서 우리의 얼굴이 뜨거워 오니, 이 이상의 지체는 일선에서 고군 분투하는 우리에게 실망과 비극을 가져올 뿐입니다.

 
대한 민국은 오늘에 있어 전세계를 휩쓰는 가장 위험한 침해 세력에 대항해서 용감히 싸우고 있는 만치, 우리의 공동 목적을 위하여 고투하고 있는 우리에게 무기와 자료를 공급해 주기를 요구합니다. 우리가 충분한 방어 목적을 달성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각종 무기와 비행기와 선박이 필요합니다. 또 그 외에 민생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원료와 기계가 하루속히 공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국회에서 토의되고 있는 1억 5천만 달러의 경제 원조안이 한시라도 속히 통과되기를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초조하게 고대하고 있는가는 여러분이 상상도 못할 정도입니다.

 
북한에서는 이 원조를 가리켜 미국 제국주의의 침범이라고 매일같이 선전을 하고 있으나, 그런 허무한 소리를 귀담아 들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된 만큼,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다시 통상 우호 조약을 정식으로 체결해야겠고, 일본이 40여 년 간 우리 민족의 고혈을 착취한 배상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장구한 세월을 두고 왜적이 잔악하고도 각박하게 우리에게 빼앗아 간 모든 물자와 보화와 뼈아픈 강제 노동과 소위 징병의 대상은 어떤 양의 금전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것 역시 하루바삐 체결해야 할 긴급한 문제의 하나입니다.

 
또 끝으로 한 말씀드릴 것은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우리 이 대통령 각하께서는 태평양 동맹을 주장했습니다. 즉 태평양에 면한 여러 국가들이 정치적‧경제적‧문화적‧방위적으로 단합 합동하여 평화를 위협하는 반동 세력에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태평양 연안 제국은 이 위험한 시기에 있어서 모름지기 모든 인종과 지역과 감정을 초월해서 당면한 위급을 방어하고, 장래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대승적 견지에서 모름지기 견고하게 단합해서 이 원대한 목적 달성에 전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대한 민국은 극동에 있어서 최후까지 공산 세력의 방어에 분투하고 있는 만치, 가장 큰 우방의 하나인 미국 국민 여러분은 이 공동 목적 달성을 위하여 조속한 기간 내에 최대의 원조와 협력이 있기를 다시 한번 요청하는 바입니다.


(1954. 9. 23. 워싱턴 기자 구락부에서)